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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예지전 '어둠이 두른 무지개 앞치마'

    기본정보
    • event_available기간 2024-05-22 ~ 2024-06-16
    • account_circle업체명갤러리밈
    • location_on주소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3
    • smartphone전화번호02.733.8877
    요약정보
      양예지전 '어둠이 두른 무지개 앞치마'
  • 전시서문 

    1. 펜시브와 무지개 앞치마를 두른 어둠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펜시브(Penseive)를 아는가? ‘Pensive(수심에 잠긴)’와 ‘Seive(체로 거르다)’의 합성어라는 펜시브는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의 차원에 머무는 기억을 은빛 물질의 대야에 담은 마법 장치로, 복잡하고 강력한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마법은 펜시브에 기억을 꺼내 보관하다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유령의 모습으로 기억을 객관화하는 어렵고 복잡한 능력을 요구한다. 개인의 기억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도 마법 장치를 통해 제3의 시선에서 자신의 기억을 파악하고 싶다는 상상은 허무맹랑하지만,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칠 수 있다는 펜시브는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능력은 기억을 재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점검하고 분류할 수도 있다. 마치 장예지가 그리기와 직조하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의미를 더듬듯이. 2022년부터 어둠은 무지개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다.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던 어둠은 보따리장수처럼 집에 모든 말, 행동, 얼굴, 몸짓, 손짓을 한 아름 가져왔다. 가져온 보자기에는 날카롭고 편파적이고 계시적인 모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툭 튀어나오는 기억이 펜시브 속 빛나는 수막을 건드리고 있었다. 침습하는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어둠은 무지개 앞치마를 두른 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여러 겹의 시간으로 인해 화면에는 우리가 읽을 수 없는 흐릿한 얼룩뿐이지만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우리의 눈으로 몇 가지 단서 같은 형상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있는 회화는 여러 계절을 응집한 자연과 심상의 얼룩에 불과하다. 

     

    2. 얼룩의 말과 모양 《무지개 앞치마를 두른 어둠》은 장예지의 기억, 계절, 색, 온도를 섬세하고 미려하게 여러 빛깔로 풀어낸 전시로, 작가의 지난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장예지는 어떤 날씨나 감정이 과거의 특정한 시간을 건드릴 때마다 당시의 감각을 하나의 사건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어느 하나 결정하고 판단하지 않은 채 여러 종류의 얼룩 그 자체를 그려낸다. 지난 모든 시간 중에는 더럽거나 불쾌한 얼룩도 있을 텐데 그가 그려낸 얼룩은 어딘가 애달프지만 웃는 모양새다. 말을 걸어보아도 미소를 띨 뿐이다. 어둠이 그린 얼룩을 보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언가 묻거나 스며들어서 본바탕이 더러워진 자국인 얼룩은 사사롭고 언어화되지 않는다. 어둠은 이 얼룩을 화면 곳곳에 그리고 자수 사이사이에 새겨놓았다. 얼룩을 한 땀씩 실로 엮어 시간으로 직조한 <펜시브>는 장예지가 기억과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과되지 않은 얼룩은 뜯기고 잘려 다른 방식으로 사랑스러운 조각 조각으로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여러해살이 식물의 이름을 따온 <꽃고비>도 마찬가지로 단단한 줄기와 고사리 같은 잎 사이에서 연약하고 섬세한 꽃이 사다리처럼 줄을 지어 피어나듯이 긴 기다림과 찰나의 피어남이 동시에 담겨있다. 

     

    3. 실금의 농담 얼룩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캔버스의 얼룩은 시간이 지나 뽀얗게 쌓인 먼지처럼 달라붙어 있다. 모르타르 바깥면에 미세한 균열이 불규칙하게 생기는 현상을 물감으로 풀어낸 <실금> 연작은 어둠이 지나온 시간과 다층적인 겹을 수없이 드러낸다. 무딘 칼날로 얼음을 슥슥 갈듯, 캔버스 바탕에 곱고 까끌까끌한 모르타르가 붓과 물감의 무수한 실금을 만들고 있다. 스며들고 번지고 중첩하는 겹 사이에서 끊임없이 떠도는 어둠의 붓질은 특별한 대상 없이도 감각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상기시킨다. 불분명하고 그지없는 실금의 궤적을 통해 어릴 적 시골집 담벼락에 손을 대고 걷던 날이 떠오르는 것처럼. 불현듯 행복한 기억이 떠올라 눈앞이 일렁이듯이 말이다. <긴 밤>, <잠>, <꿈>과 <황혼>은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어딘가 황홀한 상태이자 순간이며 어둠이 비로소 평안할 수 있는 자정 공간이기도 하다. 셔터 스피드를 조정하는 사진사의 깜빡임처럼 어둠이 그려낸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만 끊임없이 존재한다. 그의 시간은 오직 지금만 넘실넘실 흐르고 있다. 더불어 당신의 깊은 숨과 살결도 이곳에서 어떤 실금을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틈 사이에 낀 “우리 삶에 유머가 필요하다”는 말도 잠시 머물다 이내 사라질 것이다. 사실, 어둠이 무지개 앞치마를 두를 수 있다는 믿음은 <농담>이었다. 사랑과 유머이자 얼룩이자 총천연색 빛깔인 어둠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이주연(독립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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