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 사라지는 인사동... 52년 노포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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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업화된 인사동은 생각도 하기 싫을 것 같다.” 서울 인사동에서 고(古)시계점 ‘용정콜렉션’을 2대째 운영해 온 김문정(46) 대표가 12일 금장 회중시계를 포장재로 싸며 말했다. 1965년 터를 잡은 부친이 32년, 김 대표 본인이 20년간 지켜온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번지’를 19일 완전히 떠난다. 1980년대 ‘롤렉스’부터 200년이 넘는 장인의 작품까지 천여 점의 빈티지 시계가 간직해 온 긴 시간의 역사도 함께 역삼동으로 ‘이전’하게 됐다. 김 대표는 “부모님이 쓰던 예물시계를 자녀들이 가져와 수리해서 쓰다 아이들에게 다시 물려주곤 한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추억의 장소 ‘인사동 용정’을 이어가지 못해 슬프다”고 말했다. “내가 아프거나 망한 게 아니라 이곳이 너무 변해서 떠나야 한다니…” 말을 잇지 못하는 김 대표의 얼굴은 이전 준비로 어수선한 점포 못지않게 심난했다.
Clearance< Sale<’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점포로 들어서니 빛 바랜 민속화 병풍과 목재선반 등 내부 장식마저 고색창연하다. 장종수(75) 대표는 “요즘 서예 가르치는 학교가 드물 정도니 장사가 통 안 돼서 문을 닫기로 했다. 단골들이야 섭섭하겠지만 어쩌겠나. 나이도 많이 들고… 이제 그만 쉬어야지”라고 말했다.
View&)팀이 인사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인사동길 양 옆 1층 점포를 전수 조사한 결과 11일 현재 영업 중인 150개 점포 중 화장품이나 의류처럼 전통과 무관한 업종이 64곳에 달했다. 반면, 서예도구나 골동품과 같은 인사동 고유 품목을 고수하고 있는 점포는 59곳에 그쳤다. 나머지 27곳도 전통, 비 전통으로 나누기 애매한 잡화 또는 기념품 매장이 대부분이었다.
OO<표구’ ‘OO<화랑’ 간판을 달고 값싼 기념품이나 여성 의류를 파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김문정 대표에게 인사동은 ‘내 평생 추억의 장소’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살다시피 한 인사동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차근차근 들려줬다.
<인사동 문화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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